루카치와 니체는 공통적으로 허무주의적 사유에 빠진 인간을 구원하고자 했다. 하지만 21세기 접어든 현 시점에서 이들에 대한 평가는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니체는 그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천대에 대해 사후에 다시 재평가 받으면서 보상받고 있지만 루카치의 그의 모더니즘에 대한 격렬한 비판이 당시대에는 크게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제는 그저 낡은 이론으로 취급받고 있다. 다시 말해서 니체는 그의 사유로 하여금 그 시대의 흐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게끔 하였지만 루카치는 과거의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현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된 것이다.

사실 루카치의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은 수긍이 가는 면이 존재한다. 모더니즘의 작품들은 사람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작품에 대한 접근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있다. 루카치는 모더니즘 작품에서의 이런 우울을 인간의 본원적 특성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해석의 난해성을 일으키는 과도한 형식의 실험이 본래의 문학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잃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모더니즘의 이런 특징조차도 시대의 맥락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루카치는 간과하고 있다. 1·2차 세계대전의 야만성이 자연스럽게 문학을 비롯한 모든 예술 분야에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지배 혹은 사살이 합법화되는 시대에서 어떤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는가. 그리고 과도할 정도의 다양한 형식의 실험은 단지 예술은 그 시대의 반영으로서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새로움의 추구로서 예술을 보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끝없는 긍정을 통해서는 허무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기 해체·분열적 경험을 통해서만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버려야하기 때문이다.

by 그루브21 2014. 1. 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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